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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독새기콩, 쥐이빨옥수수, 앉은뱅이밀의 맛을 아시나요
2019.04.11 16:01 언니네텃밭 131

 

    레드기획




푸른독새기콩, 쥐이빨옥수수, 앉은뱅이밀의 맛을 아시나요

토종씨앗 운동 10년, 강산이 변하다



최씨는 2013년부터 해마다 언니네텃밭(www.sistersgarden.org)에서 토종씨앗을 분양받는다. 전국여성농민회에서 운영하는 소비자 직거래 사이트인 언니네텃밭은 토종씨앗 지킴이 운동 ‘만원의 행복’을 2008년부터 해왔다. 만원을 입금하고 씨앗을 신청하면 4월 토종씨앗 4가지 중 3가지를 무작위로 발송해준다. 올해는 수수·대파·어금니동부·흰당근 씨앗을 보낸다. 2018년에는 노랑팝콘옥수수·부상추·아주까리밤콩·검정넝쿨콩, 2017년에는 메밀·푸른독새기콩·강낭콩·쥐이빨옥수수, 2016년에는 부상추·토종호랑이콩·토종찰옥수수·오리알태콩을 나눴다.

종묘상이나 마트의 씨앗들과 달리 토종씨앗들은 고향이 있다. 노랑팝콘옥수수·쥐이빨옥수수·토종찰옥수수는 강원도 횡성에서 왔다. 언니네텃밭에 꾸러미(농촌 직거래 택배 서비스)를 공급하는 횡성군 오산공동체의 한영미씨는 여성농업인센터(강원도 횡성 소재) 소장이다. 오랫동안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을 해왔다.

한 소장은 ‘GMO반대 생명운동연대’ 활동이 토종씨앗을 찾는 계기가 되었단다. 대기업의 두부에 GMO 콩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루어진 연대 활동이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어딨지? 예전부터 한국에서 두부를 만들던 콩은 어디로 간 거지?” 이런 의문에 답을 찾으면서다.

(위 부터) 언니네텃밭 꾸러미를 포장하는 강원 횡성 공동체 생산자 회원들. 여성농업인센터 한영미 소장이 횡성의 토종씨앗틀 앞에 서 있다. 구둘래 기자



토종씨앗의 주역은 할머니다. 한영미 소장은 씨앗을 내준 분의 90%가 할머니였다고 한다. 김은숙(47)씨는 언니네텃밭 횡성공동체에서 채종포를 맡고 있다. 채종포는 내년 농사를 위해서 씨앗을 받는 밭이다. 김씨가 맡고 있지만 채종은 주로 시어머니 강종석(75) 할머니가 한다. “씨앗은 좋은 것으로 골라야 한다. 옥수수알을 만져 단단한 것을 고른다. 참깨는 먼저 턴 것을 남겨둔다. 파는 겨울을 나서 대가 올라와야 꽃이 피고 씨를 받을 수 있다. 그걸 기다려야 한다.” 해를 걸러 밑져서는 안 되거니와 게으름을 피워서도 안 된다. 가장 좋은 씨를 내기 위해서 절기에 맞춰 심어야 한다. 씨를 내는 기술도, 김씨가 보기에는 그저 놀랍다. “어머니가 치질(키질)을 하면 지저분한 게 밖으로 나가요. 가벼운 것만 나가는 게 아니라 무거운 돌도 밖으로 나갑니다. 씨만 남죠. 엄청 신기해요. 그런데 제가 하면 씨가 치(키) 안에 남아나는 게 없어요.”

시집와서야 농사를 짓기 시작한 김씨는 시어머니가 고되게 일하는 것을 보고 계산기를 두들겨본 뒤 작물을 단일화했다. 사람 사서 쓰기도 좋고 팔 곳도 찾기 쉽다. 농약 치면 땡이니 일도 없이 편하다. 2천 평을 이렇게 짓는데, 토종씨앗·유기농으로 짓는 텃밭 300평은 이보다 일이 많다. “천연 농약 만들고, 섞어짓기·이어짓기 하고, 제초제 못 쓰니 풀 뽑아야 돼서”다.

어느 편이든 채산성은 어김없다. “찰옥수수도 우리 먹을 것만 짓는다. 조그맣고 찰지다. 옥수수는 줄기 한 대에 하나만 달리지만 찰옥수수는 한 대에 네 개씩 달리니까 조그매도 많이 먹을 수가 있다. 하지만 팔 데가 없어서 크게 지을 수가 없다. 마트에 내놔도 누가 사가겠는가.” 김씨는 빠르게 셈을 해나갔다. 400평에 4월부터 7월까지 심는 거니 한 달에 100만원꼴을 벌려면 하나에 400원에는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사는 데가 없다는 것이다. 찰옥수수는 병충해에 강하고 맛있고 경제적이다. 토종씨앗의 약점은 씨앗 자체의 경쟁력이 아니라 시장경제에 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이 점점 열리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 살 사람이 어딘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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