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성농민총연합회 식량주권
사업단 '언니네텃밭' 단장을 맡고 있는 김정열(47·상주 봉강공동체 소속·
사진) 씨. 김 단장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농촌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상주 봉강리에 자리를 잡은 지 23년. 도시처녀의 든든한 농촌 일꾼으로의 변신이었다.
-언니네텃밭이 만들어진 배경이 있나요?"
먹을거리 체계가 세계화되면서 농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화학농법이 계속됐을 때 지속가능한
농업이 가능할지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위기의식이 더해져 식량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회복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면서 비롯된 거죠."
-봉강공동체가 전국 언니네텃밭 중에서 두 번째(2009년 7월)로 만들어졌다죠. 구성원들은 어떻게 되고, 주로 어떤 일을 하나요?"생산자는 70대부터 40대까지 16명, 소비자 회원 수는 300명 정도 돼요. 2주일에 한 번 꾸러미를 받는 회원까지 포함해서요. 화요일마다 공동작업장에 모여서 '제철 꾸러미'를 보내는데 매주 꾸러미는 150개 정도 될 겁니다. 매주 목요일엔 상주 시내에서 열리는 목요 여성농민장터에도 참가하고요. '언니네장터'에 물품을 내고, 소비자
체험 활동, 토종
씨앗 지키기 활동, 생태농업 확산 활동, 정기적인 교육, 문화 활동 등 엄청 다양해요."
-봉강공동체만의 특징이 있을까요?"생산자 구성원이 다른 곳보다 많아서 제일 든든한 편이죠. 봉강1, 2리, 이천마을까지 포함해도 마을 단위로 이렇게 굳건하게 조직된 공동체는 잘 없어요. 통상, '00시 여성농민회' 정도로 결성되는데 우리는 봉강마을에만 여성농민들이 10명 이상 있으니까요. 봉강 여성농민을 포함해 '외서면 여성농민회'가 꾸려질 정도에요."
-대단하네요. 그렇게 되니까 결속력도 있고, 잘 유지되나 봐요."그렇기도 하고 우리 마을은 또
유기농업이 상주에서 제일 먼저 시작된 곳이에요. 문달님 회원이 70년대 후반부터 무농약 농사를 지으셨고, 이후 우리가 가세했고, 99년부터는 가톨릭농민회 봉강분회도 만들어졌어요."
-봉강공동체 수익은 주로 어떻게 배분하나요?"월말에 통장으로 입금해요. 자기가 가져온 만큼이니까 금액이 다 달라요. 내가 이번 주에 가지 몇 개,
상추 몇 그램을 냈는지 다 체크해요. 회계가 조금 복잡하죠. 그래도 2010년 공동작업장이 생겨서 정말 편해요."
-계속되는 농업 위기, '꾸러미'가 타개책이 될 수 있을까요? 하나의 방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생산자도 도울 수 있고, 도시 소비자도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잖아요."그런 생산자와 소비자를 찾기가 쉬운 일은 아니에요. 생산자 입장에서도 지금의 자본주의 농업 방식을 버려야 꾸러미라는 걸 할 수 있거든요. 꾸러미는 다품종 소량생산이거든요. 사실 농민 입장에서도 돈이 더 되는 건 단작 대규모,
농약 치는 거잖아요. 소비자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지만 생산자 농민이 주는 대로 꾸러미를 받는다는 게 쉽진 않아요. 제가 봤을 땐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는 사업 같아요."
-한계는 있지만 의미가 있으니까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은 맞는 거죠?"그건 그래요. 한편으론 꾸러미 정신은 변질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 생협도 그렇지만 점점 규모화 하는 경향이잖아요.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서 꾸러미
확대 지시도 떨어졌는데 단순히
유통단계를 축소하고 더 좋은 것 먹겠다는 취지로만 흘러선 곤란하니까요." 김은영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