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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6 함께 만드는 행복한 경남 Ⅱ ① 함안 아라씨앗드리공동체영농조합법인
2014.10.21 06:08 2183
함께 만드는 행복한 경남 Ⅱ ① 함안 아라씨앗드리공동체영농조합법인
친환경 농산물 기르고 파는 ‘행복 일터’
전국여성농민회 식량주권사업 계기

 

아라씨앗드리공동체영농조합법인 김순연(앞줄 오른쪽 두번째) 대표와 정은미(앞줄 오른쪽 네번째) 사업단장을 비롯한 공동체 회원들이 지난 6일 도시 소비자들에게 배송할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포장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무한경쟁으로 표현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마땅히 두 발을 딛고 설 곳이 부족해졌다.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낼 자신감도 모자란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에 낙오되지 않도록 스스로 준비해야 될 ‘대체될 수 없는 노동력’도 어찌하다 보니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히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다행히 이들을 흡수할 ‘대안 일터’가 최근 우리 사회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 마을기업, 영농법인과 같은 사회적 기업이다. 초기 2년간은 자립기반을 갖도록 정부가 ‘인큐베이터 역할’도 해준다. 이 일터에선 치열한 경쟁보다 인간적인 어울림이 중시된다. 농촌공동체의 경우 쇠락하는 마을을 복원하는 순기능도 있다. 본지는 사회적 약자도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오늘부터 매주 월요일 ‘함께 만드는 행복한 경남’을 기획 연재한다. 여기서는 ‘휴먼스토리 가득한 일터 풍경’과 다양한 ‘대안적 삶의 방식’이 소개될 것이다.


#1. 인간미 물씬한 공동작업장

“옥수수를 넉넉하게 담아서 포장하이소. 그 댁에는 식구가 많아 6개로는 모자랍니더. 식구들이 골고루, 충분히 맛보도록 해야 안되겠심니꺼.”

“아따 마, 내가 비미(어련히) 알아서 담을까이. 걱정일랑은 거두시게.”

공동 작업장이 왁자지껄하다. 60~70대 할머니에서부터 젊은 아낙에 이르기까지 10여 명 농촌여성들이 제각각 부산하게 움직인다.

오늘은 인근 도시에 사는 직거래 소비자들에게 보낼 ‘농산물 꾸러미’를 싸는 날이다. 매주 화요일마다 하는 주례행사다. 주문은 인터넷 등을 통해 미리 받았다. 100개 정도는 될까? 배송할 꾸러미에는 무농약으로 재배해 금방 수확해 온 옥수수와 가지, 유정란, 우리콩손두부, 호박, 오이, 쌈채, 죽순장아찌, 자돔비 등 10여 가지가 담긴다. 제철 농산물만 보내기 때문에 우리콩손두부와 유정란만 기본이고, 나머지 8~9가지 농산물의 종류는 늘 바뀐다. 비록 신문지에 둘둘 말아 투박하게 싸지만, 냉장 기능이 있는 꾸러미에 담기에 싱싱함이 유지된다. 생산자로선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래서 이들이 내세우는 공동체 운영 모토도 ‘얼굴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도시소비자가 함께 만들어 나가자’이다.

함안군 여항면 주동리 감현마을 ‘아라씨앗드리공동체영농조합법인’(대표 김순연).

50㎡ 남짓한 공동 작업장의 지난 6일 낮 풍경은 사람냄새로 가득했다.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냥 행복해 보였고 지치지 않는 수다로 연신 웃음꽃이 피어났다. 얼굴은 비록 여름땡볕에 까맣게 그을렸지만, 흰 이를 드러내고 맘껏 터뜨리는 폭소에서 이분들이야말로 도시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자연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긴장감이 있다면 가장 젊어 보이는 정은미 사업단장의 채근이다. 도시 소비자들에게 발송할 농산물 꾸러미를 함께 채우면서 연신 당부를 쏟아낸다. “가급적 많이 담고, 정성을 다해 포장하라”고. 혹시 질이 떨어지는 농산물이 담기지나 않을까, 혹은 너무 양을 적게 하지는 않을까 노파심이 발동한 때문이다. 


#2. “식량주권 사수” 취지로 2년 전 시작

아라씨앗드리 공동체는 함안여성농민회 주도로 지난 2011년 5월 태동했다. 작업장 이름은 ‘언니네 텃밭’이다. 상추와 들깻잎 등 친환경 농산물을 기르고 도시소비자와 직거래를 통해 자립구조를 만들어 가는 농촌여성들의 대안일터다.

시작은 5년 전부터 시작된 전국여성농민회의 식량주권사업이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27%밖에 안 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자각한 때문이다.

함안여성농민회가 주축이 돼 뜻이 맞는 인근 4개 마을 농촌여성 10명으로 출발해 법인 등기를 했다. 공동체 범위가 너무 넓을 경우 생산자 관리가 힘들기 때문에 참여마을 숫자를 최소화했다. 2012년에는 정부가 선정하는 우수 마을기업으로 선정돼 재정지원도 받았다. 첫해에는 5000만 원, 이듬해에는 3000만 원을 받아 공동작업장과 저온저장창고 등 제반시설을 갖추고, 일부는 인건비로 사용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도시 직거래 소비자들이 알음알음 찾아들었다. 2년 만에 100명 가까운 숫자로 늘었다.

공동작업장에는 ‘언니네 텃밭 5가지 약속’이 걸려 있다. △운영은 민주적으로 회원은 신나게 △생활을 함께하는 공동체, 이웃과 나누는 공동체 △공부하고 발전하는 공동체 △식량주권의 밭을 일구는 공동체 △함께하는 여성농민회·여성농민 등이다. 특히 식량주권의 밭을 일구기 위해 ‘1회원 3토종씨앗 심고 가꾸기’ 운동도 전개한다.

언니네 텃밭이 하는 사업은 도시 직거래 소비자를 발굴해 제철 채소를 중심으로 매주 꾸러미를 싸서 나누는 ‘꾸러미 직거래 사업’과 함안군 여성농민회에서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토종 종자지키기 사업’, ‘소비자 체험사업’ 등 3가지다.


#3. 연간 매출액 5000만 원 ‘아직은 걸음마’

조합원들은 대부분 소농이다. 적게는 300평에서 많게는 2000평 정도의 텃밭에 각자 작물을 재배해 공동 출하하는 방식이다. 가격은 생산자가 결정한다.

아라씨앗드리 공동체가 꾸러미사업 등을 통해 지난해 올린 매출액은 약 5000만 원. 아직은 걸음마 단계인 셈이다. 공동비용을 빼고 조합원에게 돌아가는 몫은 평균 400만 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래도 도시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어 판로 걱정이 없는 점이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특히 도시소비자들이 보내오는 ‘신뢰’는 이들을 고무시킨다.

정은미 사업단장이 전하는 에피소드.

“한 번은 배달된 상추에 달팽이가 붙어 있었나봐요. 달팽이는 청정지역에서만 살잖아요. 도시소비자가 신기해 집에서 키우다가 다시 우리에게 보내왔습니다.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뜻과 함께요. 달팽이와 인간의 신뢰 회복이었던 셈이지요. 하하하.”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농한기에도 수익사업을 한다. 봄·여름에 미리 만들어둔 묵나물이나 장아찌 등 저장식품, 콩나물 등으로 꾸러미 사업을 계속 한다.

정 단장의 바람은 소박하다.

“저희와 직거래하는 도시소비자들은 참으로 착하고 고마운 분들입니다. 어떤 농산물이 얼마나 배달될지 모르면서도 농촌에서 땀흘린 가치를 인정해주는 지혜로운 분들입니다. 농업농촌의 현실을 같이 고민하면서 지원해주는 또 다른 농민인 셈입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저희들의 부족한 부분을 주저없이 비판해주시는 것입니다. 그래야 살기좋은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 공동체를 찾아가려면 도로명 주소(주동1길 123)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면 친절하게 앞마당까지 안내해준다.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는 www.we-tutbat.org이다. 직거래 문의 ☏010-2448-6471(정은미 사업단장). 

글= 이상목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인터뷰/ 김순연 대표

“대안 일터 확산시키는 밀알같은 공동체 만들 것”


“도시소비자와 직거래로 이뤄지는 언니네 텃밭 꾸러미 사업은 단순히 생산자와 소비자의 먹거리 연결만이 아니라 붕괴되고 있는 농촌공동체를 복원하고 대안 일터를 창조하는 의미있는 일입니다.”

아라씨앗드리공동체조합법인 김순연 대표는 지난 6일 자신의 텃밭에서 무농약으로 키운 깻잎을 수확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도시민에게 공급하는 농산물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도시소비자들은 보물상자를 받는 기분이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꾸러미에 싸서 보내는 농산물은 우리땅과 기후에 적응하고 토종씨앗으로 기른 신토불이 먹거리이니까 그럴만도 하지요.”

조합에 참여한 여성농민들간 끈끈한 유대감도 강조한다.

“공동작업장에서는 항상 웃을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 생산한 농산물을 갖고 나와 꾸러미를 쌀 때는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언성이 높아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배송을 끝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언니 동생하면서 서로 토닥이는 일상으로 돌아오지요.”

그녀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아라씨앗드리공동체가 앞으로 식량주권사업을 활발히 전개해 대안 일터를 확산시키는 한 알의 밀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