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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인터뷰] 꾸러미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신한 새내기 농사꾼, 홍천 시동공동체 구현주 총무
2015.09.10 06:45 2158
언니네텃밭 소식지 22호에 실린 생산자 인터뷰 기사입니다. 


[생산자 인터뷰] 꾸러미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신한 새내기 농사꾼, 
                           - 홍천 시동공동체 구현주 총무




시원한 소나기로 한여름의 더위가 잠시 주춤하던 어느 날, 인터뷰를 위해 홍천을 향했다. 여름휴가도 계획하지 못하고 사무실에 본의 아니게 갇혀있던 상황에서 비록 업무를 위한 외출이었지만 홍천 방문은 휴가 같은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홍천 시동공동체에 도착하고 보니 앞마당에 옥수수가 가득하다. 한창 옥수수를 수확하고 소비자들께 발송할 시기라 다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 그 옆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구현주 총무를 붙잡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옥수수 수확과 발송 때문에 많이 바쁘신가 봐요.
옥수수는 때를 놓치면 수확해도 맛이 없기 때문에 제때 수확하고 발송하는 게 중요해요. 1년에 한 번 딱 지금이 제철이라서 바쁠 수밖에 없죠. 그래도 많은 소비자들이 찾아주셔서 즐거워요.


공동체 총무 일만으로도 많이 바쁘실텐데. 총무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비자들께 소개해주세요.
사무장이 생산계획이나 꾸러미 발송 등 사무 전반에 대한 일을 한다면, 총무는 주로 물품의 단가를 결정하고 그에 맞춰 채소의 양을 정하는 일 등을 해요. 돈 관리를 하다 보니 회계 업무나 결산 업무들도 진행하고요. 소비자 회원들과 소통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생산자 수가 많지 않다보니 다른 언니들이 두부 만들고 포장하는 것도 돕고 있고요.


서울에서 사시다 홍천으로 귀농하신지 3년차로 알고 있어요. 귀농의 계기가 있으신가요.
서울에서 살 때 생협에서 상근활동가로 근무했었어요. 생협 활동을 하기 전까지는 먹는 것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생협에서 일하면서 먹는 것, 특히 잘 먹는 것, 잘 사는 것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에 마음이 갔죠. 그리고 느리게 사는 삶까지 관심이 확장되었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귀농까지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느리게 사는 삶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막상 귀농을 결심하기는 쉽지 않으셨을텐데요.
자연, 생태, 생명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귀농을 꿈꿀 때 쯤 귀농운동본부의 교육을 듣게 되었어요. 그래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귀농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는데, 저는 언니네텃밭 소비자로 있으면서 언니네텃밭 도움을 많이 받았죠. 언니네텃밭 상근활동가 언니에게 귀농계획을 이야기했더니 이 곳 홍천공동체를 소개해주었고 총무로 일을 시작하면서 이 곳에 정착할 수 있었어요.


우리 소비자로 활동하신지는 오래되셨죠.
언니네텃밭이 처음 온라인 카페로 운영될 때부터 함께 했으니까 오래됐죠. 초창기 신문기사를 보고 언니네텃밭을 알게 되었는데 기대감도 있었지만 내가 꾸러미를 잘 먹을 수 있을까 걱정도 돼서 망설이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결국엔 소비자로 가입을 하게 되었죠.
언니네텃밭과 소비자-생산자로 만나 제가 귀농을 결심하고 이 곳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걸 보면 그 인연이 참 대단한 것 같기는 해요.


실제 귀농해보시니 어떤가요.
사는 것 자체가 많이 얽매이지 않아서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서울살이만큼 풍족하게 살진 못해 힘든 점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만족하고 있어요. 그리고 예전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렇게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새벽 4-5시면 기상해 밭일을 하는 것이 큰 변화예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낮에 덥고 일하기 힘드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움직여져요. 부지런해졌죠.
저는 귀농의 최종 목표가 자급자족이었는데, 그러려면 먹는 것 외에 다른 생활비는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되어야 해요. 그렇게 보면 자급자족을 한다고 해도 생각했던 것만큼 마냥 느리게 살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농촌은 농한기가 있으니까 바쁘다고 해도 도시에서의 삶보다는 확실히 여유가 있죠. 특히 강원도는 농번기가 짧아서 더 좋답니다.^-^


새내기 농사꾼으로 생산자로도 참여하고 있으신데 농사이야기도 들려주세요.
아직 초보니까 올해는 150평 정도로 농사짓고 있어요. 주로 토종 농사 중심이고, 과일이나 다른 작물들도 함께 하고 있어요. 토종으로 옥수수, 서리태, 팥, 들깨, 참깨, 강낭콩, 쥐이빨 옥수수 등을 심었고, 토마토, 참외, 수박, 호박들도 있어요. 작은 밭이지만 여러 가지를 많이 심었어요.
농사를 직접 지어보니까 참 재미있어요. 나는 씨앗을 심기만 했는데 작물들이 자기 혼자 자라서 꽃피고 열매 맺는 것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요. 씨 뿌린 게 잘 열리면 농사꾼으로서의 뿌듯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얼마 전엔 토마토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제가 수확한 토마토를 보내줬는데, ‘주는 기쁨’도 처음 느꼈어요. 고추, 상추도 수확해서 함께 보내줬는데 얼마나 뿌듯했는지 몰라요. 내가 농사지어서 먹는 것도 즐겁고 기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그렇게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기쁨이에요.

앞으로도 생산품목을 더 늘려갈 생각이에요. 지금은 초보이기도 하고 아직 수확량이 많지는 않아 꾸러미에 넣는 품목도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점점 늘려갈 생각이고요. 현재 저는 모종을 심지 않고 모두 직파하는 방식으로 농사짓고 있는데요. 보다 자연에 가까운 농사를 짓고 싶기도 했고, 모종보다 직파 방식이 작물의 생명력이 더 커진다고 들어서 직파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가급적 이런 생산방식을 지켜가고 싶기도 해요. 아직은 씨앗을 심는 것부터 수확하는 것까지 공동체 다른 언니들에게 하나씩 물어가며 농사짓고 있지만 올해 열심히 쓴 농사일지로 농사 잘 짓는 농사꾼이 되고 싶어요.
*모종: 씨앗을 따로 심어두었다가 새싹이 올라오면 밭에 옮겨 심는 것.
*직파: 씨앗 상태 그대로 밭에 심는 것.


공동체의 총무로서, 그리고 생산자로서 소비자들께 한 말씀 전하신다면.
제가 꾸러미 소비자였을 때 가장 좋았던 것이 오늘은 어떤 물품이 올까 궁금해 하며 기다리는 기대감이었어요. 요즘 많이들 바쁘셔서 꾸러미 드시는 것이 힘드실 수도 있지만 반갑게 기다려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은 먹을거리들이니 놓치지마시고 잘 챙겨 드셨으면 좋겠고요. 
낯선 농산물에도 당황하지 마시고 도전해주세요. 새로운 농산물을 만나고 맛있게 먹는 과정을 나를 계발하는 시간이라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늘 먹던 것만 먹는 것보다는 모르는 것도 먹어보고, 레시피도 새로 알게 되면 즐겁잖아요.
그리고 귀농하실 분들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꾸러미 생산자로 참여하고 싶으시면 홍천으로 오세요. 우리 함께 즐겁게 농사지어요.^-^



  • 최주희
    ㅎㅎㅎ 홍천 시동 항상 감사하게 먹고 있어요~
    특히나 귀여운 차조랑 옥수수 너무너무 좋았어요~
    이번주 꾸러미는 가래떡이 참 기대됩니당~
    2015.09.14 02:00 댓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