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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공동체
2015.09.11 05:00 1974
언니네텃밭 소식지 22호에 실린 [먹을거리 이야기] 입니다. 


보리밥 공동체


한여름 무더위에 과일도 곡식도 무럭무럭 자란다. 그러나 사람은 밥맛도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체온마저도 부담스러워 사람사이의 관계도 소원해지는 여름이다. 이럴 때 입맛을 돋우고, 몸을 보해주는 보양식도 먹게 되고, 여름 과일을 챙겨서 피서를 가기도 한다.

벌써 30년도 지난 옛날이 되었지만 한여름의 더위와 모기를 보면서 생각나는 장면이 있다.
한 낮의 더위를 피해 땅거미가 질 때까지 들일을 하고 돌아온 동네 엄마들이 하루는 친구네 집 평상에 모였다. 달려드는 모기를 쫓기 위해 생쑥대를 베어다가 마당 한켠에 모깃불을 피운다. 생쑥은 불은 붙지 않고 쑥냄새 가득한 연기를 무럭무럭 피워 올린다. 그 연기냄새가 모기가 오지 못하게 한다고도 하고, 모기가 그 연기를 좋아해서 연기 따라 올라간다고도 했다.

엄마들은 빨간 다라이에 밭에서 솎아 온 열무로 김치를 먹음직스럽게 비벼서 놓고, 밖에 놓은 아궁이에 솥을 걸어 햇보리쌀만을 푹 고아 보리밥을 한 솥 삶으신다. 보리밥이 다 되면 열무김치 다라이에 밥을 푹푹 퍼서 쓱쓱 비비면 엄마들을 따라온 아이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서 보리밥열무김치 비빔밥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갓 수확한 보리밥과 부드럽게 자란 열무김치는 여름철 시골에서 아주 흔한 음식이지만 동네 엄마들이 다 같이 모여서 먹을 때는 특별한 음식이 된다. 한 솥에 보리밥을 삶아 먹던 그 마을은 지금도 있지만 그 엄마들과 아이들이 떠나고 없는 지금,그 날 함께 먹던 보리밥과 열무김치는 어디서 다시 먹어볼 수 있을까?


- 언니네텃밭 윤정원 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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