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텃밭살이

HOME > 고객센터 > 언니네 텃밭살이
해를 넘기며 빛이 허락하는 만큼만 굴을 줍습니다
2012.11.21 22:37 3490

 

가만히 서있는 산을 안다고 해도,
계절에 따라 사는 생물들의 종류와 바람의 방향, 그늘의 크기 따위를 아는데는 꽤 오랜 관찰과 집중력,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야 하는데...

매 시간 그 모습이 다른 바다를 아는데는 엄청난 통찰력과 시간이 필요한 듯...

굴을 줍는 시간이 물빠지는 때에따라 매일 다르다. 진짜 어렵다. 한 물, 두 물...오늘은 열 세물이라던가? 그래서 해를 넘기며 빛이 허락하는 시간동안만 잠시 주웠다.
...

저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하고 굴만 줍다가 서산으로 꼴딱 넘어가는 모습에 반해...

안다는 것은... 첩첩이 산중이.

 

남해여성농민

 

마을에서 관리하는 굴밭을 11가구가 모여 출자방식으로 사서 직접 운영합니다. 

쓸물 때면 전 회원이 바다로 나가 굴을 줍고, 밀물 때는 주로 굴을 까서 직거래 방식으로 판매합니다.

물이 빠지는 시간이 다 달라서 어떨 때는 새벽에 굴을 줍기도 하고 어떨 때는 노을이 물들 때 줍기도 하죠.

제일 연세드신 분은 81세 할머니이시고, 제일 어린 사람은 아무래도 사십대 초반입니다.

바다는 변화무상해서 경험많은 어른들께 배워야하고, 또 힘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젊은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동체 회원들 모두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의지하고 살아가죠.

 


동네앞에 물살이 세서 맛이 좋아 남해에서도 소문난 굴이랍니다. 

자연산 생굴을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주로 양식굴이 많거든요.

올 해는 굴작황이 좋아서 굴작업 할 때면 회원들 모두 신나 하죠.

바다의 우유, 굴 드시고 건강하세요!

특히 껍질 째 구워먹는 재미는 일품입니다. 

 

 

해발 3천미터 이상의 고도 안데스산맥 어디엔가 사는 잉카족의 후예들은 그렇게 추운 날씨에 위에는 망토를 걸쳐서 보온을 유지하면서도 발은 새발처럼 종아리를 내놓고 맨발로 다닌다. 지금도. 사람이 아니무니다. 홍학인 듯 보이무니다.

아무리 봐도 믿기지 않아 않는데 수천년 이상 그렇게 살아온 까닭에 아무렇지 않는 듯... 내리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라마떼를 몰고다니며 생산활동을 하더라. 신발에 양말에 길들어진 내 눈이 이상한게지 참으로 놀라웠다.

굴을 깔 때, 압축된스티로폴 받침을 비료푸대에 넣어서 습기를 제거한 체 보온을 유지하며 왼종일 앉아서 일을 하는데... 하이고야 엉덩이가 아파서 죽는 줄 알았다. 내일은 방석을 깔고 앉아야지 하면서도 자고나면 잊어먹곤 해서 아직도 엉덩이를 달래가며 거기에 앉아 굴을...

까는데... 같이 일하는 형님네들, 할머니들 아무렇지 않게 일하는 것을 보면서도 나는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 궁뎅이는 어데 카스테라 궁뎅이던가? 내는 아직도 멀었어.

어랍쇼? 그런데 이게 한 며칠 하다보니 처음만큼 안 아프다는 것. 어쩌면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잉카족처럼. 하고보니 내 몸은 너무 편한데 길들여 있는기라. 푹신푹신한 운동화에, 푹신한 소파에, 포근한 이불에... 알고보면 그기 다 지구를 베리고 우리를 돈에 구속되게 하는긴데도... 문명인으로 살기위하여 내 육신이 견딜 수 있는 왠만한 자극조차도 거부한체 살고있는기라. 제초제 안 친다고 내 가 할 수 있는 환경실천을 다 한기 아닌데도 타협하고 사는기라. 내몸, 내생각 하나하나를 바꿔가야는데... 에렵지.


 

  • 유은미
    사진 퍼가고 트위터에 올려봅니다
    2012.12.15 06:03 댓글 삭제
  • 임보미
    자연산 껍질굴을 사고 싶은데, 누구와 먹을까 고민이네요 ^^
    양식굴에 일본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가리비 껍데기를 쓴다는 정보를 듣고 굴 먹기도 많이 주저했는데, 자연산이니 믿음직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2012.12.06 08:37 댓글 삭제
  • 성기숙
    굴을 겁나게 좋아하는 1인 입니다.
    이렇게 싸늘한 날씨에 여러분들의 노고때문에 더 맛이 깊어지나봅니다.
    앞으로 저의 굴사랑은 더 진해질듯하네요.
    아름다운수고 감사합니다~
    2012.11.23 14:08 댓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