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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온] [시]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2021.02.24 15:20 언니네텃밭 667

[한겨레:온] 사이트에 올라온 시가 멋져 저자의 허락을 받아 공유합니다!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 권말선



온라인 장터 <언니네텃밭>에서

황선숙 언니의

겨울시금치 1kg을 샀다

들에서 캔 냉이처럼

긴 뿌리를 가진,

뿌리채 내게로 온

시금치는 분홍색이다

꿀을 머금은 사과꽃잎처럼

잠든 아가의 날숨처럼

세상에나, 곱기도 하지

뿌리는 발그레한 분홍색이다


전남 무안에서 올라온 

한 통의 편지 같은

시금치의 겨울 이야기가

분홍 뿌리에, 황토 사이에 묻어있다

긴 겨울 개쑥갓, 비름, 까마중 틈에서

더러 눈 속에 파묻히기도 하고

흰서리발에 까무룩해지기도 하고

종일 찬바람에 떨기도 하며

얼었다 녹았다 또 얼었다를

묵묵히 견뎌내다 보니

그만 발그레해졌단다


가을의 씨뿌림부터

겨울의 거둠까지

몇 달의 시간이 고스란히

한 접시 정겨운 찬으로

식탁에 놓였다 한다

뿌리가 주는 아삭한 식감과 단맛은

제게는 겨울을 이겨낸 훈장이고

내게는 겨울을 이겨낼 위로라 한다

그러니 너도 온갖 추위 다 견디는

달고 든든한

뿌리가 되라 한다


해마다 겨울이면 무안의 황토텃밭

뿌리 어여쁜 시금치는

된장국으로도

고추장무침으로도

샐러드, 튀김

잡채, 스파게티에도

골고루 어울리게

얼었다 녹았다 또 얼어가며

분홍, 초록의 편지지에

달달한 겨울기운 쟁여 넣고서

까치발로 서서 기다리고 있을게다, 나를

분홍색이 감도는 시금치 뿌리에는 영양이 듬뿍, 뿌리까지 모두 먹는 것이 좋습니다. (권말선)

출처 : 한겨레:온(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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